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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삼계탕, 맛집, 맛집 정보
부실한 양반들, 날 잡아잡수시게
닭들이 털어놓는 '삼계탕' 이야기
글=김성윤기자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기자 canyou@chosun.com
입력 : 2005.06.23 15:11 13' / 수정 : 2005.06.23 15:24 01'


▲ 뜨거운 국물 속에서 수줍은 속살을 드러낸 삼계탕. (촬영협조=고려삼계탕)
"배용준 부럽잖은 우리도 한류스타 영계라서 암컷? 사실은 수탉이야"
우리는 닭이다. 당신들이 평소 ‘닭대가리’라고 괄시하고 조롱하는, 그 닭이다. 그런 당신들인데, 이 여름날 어찌하여 우리를 그렇게 섭외하지 못해 안달하시는지. 그렇다, 우리는 삼복(三伏) 무더위 최고 인기그룹 ‘삼계탕(蔘鷄湯)’의 핵심멤버 닭이다.
우리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반드시 먹을 만큼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한류(韓流)스타’이기도 하다. 우리 팬클럽 회원인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는 이렇게 극찬했다. “수프는 담백한데, 닭은 젓가락만 갖다대도 살이 떨어질 정도로 부드럽게 삶아져 있고, 인삼의 강렬한 향기도 풍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명을 입속에 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처음 우리 그룹 이름은 ‘계삼탕’이었다. 우리 닭이 가장 중요한 핵심 멤버로 평가받았던 것이다. 이름이 뒤집어진 건 수십여년 전 인삼이 대중화되면서부터다. 또 외국인들이 인삼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기고만장해진 인삼이 우리 닭들을 제치고 그룹 리더 자리를 꿰차는 반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억울하지만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삼계탕 멤버들은 우리들 중에서도 좀 어린 녀석들, 즉 영계들이다. 사람들은 영계를 ‘젊은 여성’의 비속어로 흔히 사용한다. 그래서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도 암컷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다. 말아라, 하지만 괜찮은 삼계탕집에서는 암탉이 아닌 어린 수탉을 쓴다. 그것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육계가 아닌, 달걀 생산에 사용되는 산계를 쓴다.
49일 키운 산란용 수탉인 ‘웅치’를 쓴다는 서울 서소문 ‘고려삼계탕’ 사장이 한마디한다. “웅치는 육계보다 성장이 더뎌 가격이 더 비싸지만, 육질이 단단해서 오래 끓여도 쫄깃하다. 또 육계는 살이 퍽퍽할 뿐 아니라 서너 시간 끓이면 살이 풀어져 맛이 떨어진다.” 내 살이 쫄깃해? 나를 서너시간 지옥 같은 불길로 끓인다고? 어차피 알 낳지 못하는 수놈이 갈 길이라곤 삼계탕 뚝배기 말고 초등학교 앞 병아리장사 좌판뿐이니, 오호라, 수탉의 서글픔이여!
사실 우리 닭은 영양가면에서는 다른 고기와 거기서 거기다. 먹어야 한다느니 금지해야 한다느니, 88올림픽 이후 논란에 시달려온 우리의 친구 개고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방에서는 우리 닭고기가 성질이 더운 음식으로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여기에 인삼을 더해 양기(陽氣)를 더 강하게 한 것이 삼계탕이다. 게다가 소화를 돕고 해독작용이 있는 마늘이 더해져 인간들의 소화기능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에 먹기 딱 알맞다고 한다. 우리 그룹의 또다른 멤버인 한약재 황기는 땀 분비를 조절하는 효과가 있는 재주 많은 친구다.
삼계탕 멤버로 활동하는데 대해 요즘은 회의가 들기도 한다. 솔직히, 뜨거운 육수에 홀딱 벗고 드러누운 채 사람들에게 나선다는 게 수치스럽다. 이집트 미라도 아니고, 내장 다 들어내고 밤에 대추에 온갖 약재로 뱃속을 채우고 자빠져 있으니. 하지만 평소 괄시당하던 우리 닭들의 영광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올해 복날에도 우리는 뚝배기 속에 당당히 드러누울 것이다. 몸이 부실하신 양반들, 날 잡아잡수시게나!

◆ 여기가 삼계탕 잘하는 집
○…고려삼계탕
49일 된 웅치만을 사용해 닭고기가 퍽퍽하지 않고 쫄깃하면서도 질기지 않다. 서울 서소문 정동 입구 본점(02-752-9376)에 이어 최근 광화문점(02-737-1888)을 열었다. 삼계탕 1만1000원, 오골계탕 2만원.
○…해천
서울 이태원에 있는 전복으로 유명한 횟집. 전복을 껍데기째 넣고 닭과 함께 끓인 ‘해천탕’<사진>은 전복과 닭 육수가 섞여 맑으면서도 감칠맛이 있다. 2~3인분짜리가 12만원. 30분 전 예약해야 한다. 2인분 이상 주문 가능한 ‘해물라면’(1인 8000원)도 별미다. (02)790-2464
○…동해별관
서울 서대문의 한옥을 리모델링한 신흥 해산물 전문 맛집이 내놓은 여름 특선. 전복, 낙지, 새우, 홍삼, 가시오가피 등이 닭과 어우러진 ‘해신탕’은 진진한 국물과 튼실한 재료로 뿌듯한 포만감을 안겨준다. 1~2인분 2만원, 3~4인분 3만원. ‘가격 대비 성능’에서 탁월하다. (02)363-4221
○…토속촌
노무현 대통령의 단골집으로 널리 알려졌다. 녹말을 푼 듯 걸쭉한 국물은 ‘구수하다’와 ‘텁텁하다’로 평이 엇갈린다. 호박씨, 검은깨, 호두, 잣, 해바라기씨 등 부재료가 듬뿍 들었다. 서울 경복궁역 2번 출구 GS25 골목에 있다. (02)737-7444
○…백제삼계탕
외국 관광객이 손님의 절반을 넘을 만큼 국제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겉절이와 찰밥을 따로 사가는 일본인도 많다. 기름 없이 담백한 육수가 특징이다. 서울 명동파출소 옆 골목에 있다. (02)776-3267
○…인현통닭삼계탕
삼계탕이나 전기통닭구이나 인천에서 따라올 곳이 없다고 평가받는다. 인천 동인천전철역 앞에서 30년 넘게 영업 중이다. (032)772-8487
○…서울삼계탕
부산 남포동 음식 골목에서 대를 이어 삼계탕을 끓여온 집. 40년 넘는 관록에서 우러나오는 국물이 진하다. (051)245-3696
○…원조삼계탕
인삼 산지로 유명한 충남 금산에 있는 식당답게 수삼이 듬뿍 들어 있다. (041)752-2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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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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