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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5 밤길 치한으로 오해받지 않는 방법ⓩ 1

가끔 밤길을 걸을 때면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읽었던 계용묵님의 '구두' 라는 수필이 생각나서 피식 웃을 때가 있다(혼자 웃는다고 이상한 사람이라 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

모두들 구두라는 제목은 잘 몰라도 내용은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내용인 즉, 글쓴이가 징박은 구두를 신고 밤길을 가는데 한 여자가 있었다. 밤길인지라 그 여자는 글쓴이의 발자국 소리에 위험을 느끼는 것 같았고 글쓴이는 여자를 안심시키려고 더 빨리 가려다 여자는 오해를 한 채 막 뛰어갔다는 것. 그 여자는 평생 자신을 치한으로 기억할거라며 서글픔과 억울함을 적은 내용이다.



-한적하고 컴컴한 길가에 앞에 여자 한 명, 뒤에 남자 한 명밖에 없는 상황-

여자의 속마음
밤길 혼자 걸으니까 무섭다...(이리저리 사람이 없나 힐끔힐끔 쳐다본다,그러다 뒤에 있는 남자 발견)
헉,뒤에 남자가 한 명 있네. 별일 없겠지? 그런데 치한이면 어떡하지? 뛰어야 하나? 침착하게 있어보자.

남자의 속마음
얼른 집에 들어가야지. 근데 저 여자 왜 자꾸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지? 내가 좀 멋있나?(몇몇 남자들은 어이없는 오해를 한다)훗-_- 뭐 그러던지 말던지 난 내 갈길 가야지

여자의 속마음
저 남자, 점점 나랑 가까워지잖아? 집이 같은 방향? 난 우리 동네에 저런 사람 본적 없는데...뭔가 수상쩍어
(자신도 모르게 다급해져 발걸음이 빨라진다) 어떡해...어떡해...누구한테라도 전화를 해야하나?

남자의 속마음
어?이상하다. 왜 저렇게 빨리 걷는거야? 설마 나 치한으로 오해 받는거야?
난 아무런 해코지도 않는다구,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하나...
가까이 가서 설명을 해야하나? 아님 먼저 뛰어갈까? 에라 모르겄다~ 집에도 빨리 갈겸 뛰자!

---------------------------------- 남자와 여자는 계면쩍은 일이 생긴다--------------------------
(알아서 상상하시길)

워낙 세상이 험하다보니 오해가 생기는 상황을 피할수 없는 듯하다.
그저 서로가 그러한 상황에 마주쳤을때 오해를 풀기위해 내 나름대로의 생각은...

남자
전화를 하거나 하는 척이라도 한다. 여자에게 난 당신한테 관심없는 척 보여야한다. 전화할때 주의할 점은 "다왔으니까 얼른 준비해", "걱정마,내가 다 한다니까"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은 피해야 한다.

당연히 바싹 붙어 걷지 않아야 한다. 남자들이 성격 급한 동물이긴하나 치한으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그정도는 인내심으로 참아야 한다. 그때는 당신이 뛰는 순간 나쁜 의도가 없더라도 치한이 되버리는 상황. 그렇지 않으면 구두의 글쓴이처럼 자신은 평생 치한으로 기억되며 살아갈 테니까...이왕이면 세상사는데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게 좋잖아! 사실 기억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앞에 길을 가던 여자가 신고를 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둬야한다. 아무 죄 없이 경찰서에 도착해서 어이없는 오해로 서로 계면쩍은 얼굴로 나오는 것보다 미리 예방하는 것이 낫다.

그냥 그자리에 멈춰서 여자가 사라질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같다. 남자들한테 아까운 시간을 버리는 일이겠지만 여자는 남자가 안 따라온다면 남자의 순수한 의도를 알아챌 수도 있다.
 
'치한으로 오해받지 않는 방법' 이란 동영상도 보긴했지만 내가 여자라는 입장에서는 그닥 위안이 되는 방안이 아니었다.(위협적이면 위협적이지...) 비닐봉지로 소리라도 내면서 가라니? 여자는 작은 소리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나쁜쪽으로만 상상하는 순간이다. 게다가 마지막에 "나 치한 아니에요" 라고 얘길하랜다. 그녀에게 가까이 가는 순간 도망가거나 손톱에 할퀴거나,가방에 맞아서 괜히 다칠 수도 있다..



여자
슬프게도 여자들은 남자들의 의중을 알 수 없다. 신문기사에 밤길에 안좋은 이야기들이 실려 나오니 늘 안심을 할 수 없다. 그저 자기 스스로를 지킬 수 밖에...

남자와 마찬가지로 전화통화를 하는 척이나 진짜 해야한다. 진짜 치한일수도 아닐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이다. 물론 뒤에 있는 남자의 행동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혹시나 모르니 뛸 준비(?) 경찰에 신고할 준비도(?)



이런 글을 쓰고 공감하고 또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가 참 우습다.
Posted by 까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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